'결혼하고 나서 제대로 여행 간 적이 어디 있어'라며 불평하는 울 여보야를 달래느라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새해 벽두 새벽 2시에 운전대를 붙잡았다. 목적지는 포항 호미곶. 단순히 일출을 보자면야 근처의 계룡산도 좋고 좀더 멀리 가서 당진도 좋았으나, 오랜만에 장거리를 함 뛰어보자 하는 생각에 포항 호미곶으로 잡았다. (정동진도 좋았는데, 2번이나 간 데다 사람이 더 많을 것 같아서 포기)
호미곶을 3km 앞둔 곳에서부터는 아니나다를까 일출 보려고 몰려든 차량들 때문에 꿈적도 하지 못했다. 요행히 동네 골목에 주차 시켜놓고 칼바람 (정말이지 칼바람이었다. 지금도 생각만 하면 통증이 고스란히... 으으으) 맞아가며 30분 넘게 걸어가서야 간신히 호미곶 해변 공원에 도착.
... 지방의 호젓한 해변가의 풍경을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일출 관광객들, 자원봉사자들, 가게들로 득시글 거렸다! 나중에 떡볶이 장사하시는 아주머니에 의하면 올해는 특히 더 많이 왔다고.
대형 솥에 끓이고 있는 떡국. 8시부터인가 무료로 나눠준다고 했는데 보아하니 사람들이 많아서 떡국 탈 때까지 엄청 기다려야 할 것 같고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추워죽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했다. 나중에 보니 떡국 먹으려는 사람들 줄 세워놓고 만국기 깃발 들었다 내렸다 시키더라는. 행사장 어딘가에 붙어있는 설명을 보건데 이걸 플래시 몹 (Flash Mob) 이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내가 알던 플래시 몹의 정의랑 상충돼서 약간 갸우뚱.
너무나 추워서, 벌벌 떨고 있을 지언정 시간이 흐른다는게 반가울 정도였다. 이윽고 새 해가 떠오르고 사람들은 저마다 사진 찍느라 북새통. 울 집사람은 키가 좀 작아서 사람들 속에서 도통 해를 못보길래 내 등에 업어서 보여줬다 히힛.
호미곶의 유명한 대왕 손(?). 나로서는 아무래도 프리크리가 생각날 수 밖에 없겠지.
이 사진 속에 해변의 손에 대칭되는 반대편 손이 있다. (잘 찾아보면 있다 ^^) 올해는 백호의 해라고 호랑이 한반도 모양 구조물도 세워놓고.
... 정리하자면 추웠고 배고팠고 그래도 즐거웠다는 점. 일출을 못봤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그래도 제때 보게 되어 아주 좋았다. 돌아가는 길에 처음 나오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먹는 육개장이 그리 맛있을 수가 없었다. 피곤하고 지친 몸에는 따뜻한 국이 적격인 것인가, 아니면 이 휴게소 육개장이 특출나게 맛있었던 것인가. 그건 나도 모르겠다. ^^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화장실 줄 관리에 관한 것이었다. 특히 여자 화장실의 경우 추운 바깥까지 줄이 늘어질 수 밖에 없는데, 전혀 통제가 되지 않아 화장실 건물 앞뒤로 줄이 여러 개 생겨버렸다. 집사람 줄 서기 시작해서 화장실 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30분 넘게 걸리더라는. 그 많고 많던 자원봉사자 중에 화장실 줄 관리하는 사람 하나 없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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