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가사일에 익숙치 않은 남정네들의 손에 떨어진 지금, 집안은
현미로 밥을 짓다 - 흰쌀은 베란다 쌀부대 안에 있고 대신 쌀통에는 따로 현미를 담아두고 있는데 이걸 백미로 알고 밥을 지어버렸습니다. 결과물은 꼬들밥. 저야 꼬들꼬들한 걸 좋아하니 그나마 괜찮았습니다만, 아버지는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별의별 이상한 메뉴들을 계속 창조(!)해내시는, 악순환이 이어졌습니다.
아침에 춥다 - 겨울이면 어머니께선 새벽 네시 쯤 되면 일어나서 난방을 켜고 다시 주무십니다. 그게 어렵다는 건 알고는 있었습니다만 요즘에는 아주 뼈에 새겨가며 느끼고 있습니다. [춥다 - 일어나기 싫다 -잠자리에서 버티기 - 늦었다! - 세수는 후다닥]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아침마다 재연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난방을 제 때 켜질 못합니다. T^T
세탁기 셋팅 값은 어떻게? - 나이드신 분들이 사용법을 잘 잊어버려서 컴퓨터를 잘 못하듯이, 전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세탁 몇 번에 탈수 몇 번을 설정해줘야 하는지 잊어버립니다. 처음 입원실에 갔을 때 낮은 목소리로 물어봤습니다. "저기... 세탁기 돌릴 때..." "8-4-5." 질문 끝나기도 전에 대답하시는 모습은 안 물어보면 내 아들 아니다란 얼굴이었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월차 내고 올라온 제 동생도 물어봤다는군요)
음식물 쓰레기는 언제? - 쓰레기통에 쓰레기가 가득 찼을 때 참 난감했습니다. 분명 분리수거를 하는데 오늘이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던가, 일반 쓰레기 버리는 날이었던가? 해법은 단 하나. ...입원실 갔을 때 낮은 목소리로 물어봤습니다. __)
... 이외에도 자잘한 에피소드는 많지만 그럭저럭 굴러가고는 있습니다. 계속 침대에 누워있는 모습만 보다가 어제는 간만에 서 있는 모습을 봤는데, 이렇게 왜소했던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의외로 외할머니와 똑닮아 보이는 모습에, 곧 정말로 할머니라 불리겠구나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런 때의 심정은 정말로 '계실 때 잘 하자'로 쓸 수 있겠죠.
PS. ... 그러니까 내가 늦도록 결혼을 안하는 이유는 울 어마마마를 할머니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는... (퍼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