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궁의 파프너

2005/06/30 00:23
이미 종영된 지 꽤 오래된 애니입니다. 방영할 때에는 2화까지 보고선 '또 미성년자들을 데리고 어줍잖게 박애와 평화를 외쳐대는 메카닉물인가' 하고 그냥 접었습니다만, 몰살 씬(...)만 빼면 나쁜 평을 본 적이 없기에 (오히려 '재미있었다'란 의견만 많더군요) 지난 주에 한번 몰아서 봤었습니다.

이놈도 움직인다(...)


'당신은 그곳에 있습니까?' 라는 상당히 철학적인 질문을 무기로 내세운 사색가 군단 앞에서 인간들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 하다가 지리멸렬하게 패하고 만다. 게르만 신화에서 따와 '파프너'라고 이름을 붙인 거인 병기만이 '페스툼'이라고도 부르는 사색가 군단과 맞서 싸울 수 있는 무기이다. 그러나 아직 정신 상태가 말랑말랑하며 팔팔한 십대들만이 이 무기를 다룰 수 있으며 이들도 역시 오래 타게 될 경우 정신오염으로 인해 싸울 생각은 않고 예의 그 아리송한 질문만 던지게 된다. 1화 부터 카즈키 이하 기타 등등(...)은 정상적이며 건전발랄한 삶을 살 것인가, 아니면 지구를 위해 숭고하게 희생할 것인가의 갈등 속에서 서로 반목까지 하게 되나 결국은 힘을 모아 평화를 지켜내더라...

라는 줄거리... 일겁니다 아마. (쿨럭)

처음에는 좀 트릿하게 봤습니다만, 후에는 등장인물들이 그냥 허울만 좋게 평화를 외쳐대는 애니가 아니구나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전쟁의 희생자인 1세대와 생체실험의 희생양인 2세대들이 바라는 '평화'에는 지금까지 치러왔던 희생만큼의 무게가 실려보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무저항 박애주의인 것도 아니고 살아남기 위해 힙겹게 전진합니다.
자기 자식들이 적합 판정을 받아 파프너의 파일럿으로 착출되는 것을 바라보는 가족의 반응도 거부감 없이 수긍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착출에 원망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자식을 걱정하는 모습이 '국가를 위해 나가서 장렬히 희생하라' 운운하는 헐리웃 영화보다는 훨씬 났더군요.

그외에도 '에바 짝퉁이다'라는 의견도 많았습니다만 새삼스러울 것도 없어서 생략. 더군다나 파프너의 경우는 중반 넘어서는 꽤 독창적으로 흐르더군요. 세계관 설정에 대한 설명이 더 보강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페스툼만 외쳐대다가 어느날 갑자기 미르만 외쳐대니 얼마나 생뚱맞습니까?

별로 마음에 안드는 인물들 몇몇과 설명이 부족한 설정, 그리고 뻔하고 약간은 지루한 결말 때문에 '최고'라고는 못하겠습니다만 인물들의 감정 묘사라든가 전체적으로는 탄탄한 스토리 짜임새 등등이 나름대로 매력이 있는 애니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05/06/30 00:23 2005/06/30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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