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고쿠 나츠히코 지음 / 김소연 옮김
손안의책 출판
상, 하 각 13,000원
1950년대 일본, 유명한 괴기소설가의 아내인 아케미는 전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부분적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립니다. 8년 후 서서히 기억이 돌아오면서 다른 사람의 기억이 섞이기도 하고, 죽은 줄 알았던 전 남편이 멀쩡하게 눈 앞에 나타나는 등 알 수 없는 일이 일어나지요. 그 즈음에 아케미 주변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함께 수수께끼들이 차례대로 풀리게 됩니다.
이 책을 읽기 위해서는 일단, 머릿속에 최대한 많은 기억용량을 남겨둬야 합니다. 프로이트와 융의 심리학에서부터 태장계, 금강계, 진언 밀교를 거쳐 남북조 시대의 역사적 사실 및 야사까지 광범위하게 넘나드는 데다 주인공 교고쿠도의 화법 자체가 빙 에둘러서 설명한 끝에 요점을 찍어내는 스타일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번에는 이전 시리즈들보다 등장인물이 많은 편입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이해하는 건 둘째 치고 우선 이름들을 외우는게 더 급할 정도입니다. :)
그러나 작가는 광범위한 사상들과 각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베틀로 천을 짜듯이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냅니다. 참으로 대단한 능력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작 <망량의 상자>에서는 서로 다른 별개의 사건들을 마치 하나의 사건처럼 보이게 하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서로간에 공통분모가 없어보이는 사건들을 하나의 큰 사건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냅니다.
하권의 약 절반 분량을 차지하는 교고쿠도의 설명이 부담스러웠습니다만, 등장인물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상대하면서 점점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묘미는 여전히 흥미진진한 것이었습니다.

